비타민

117년만의 11월 폭설, 그 이후

윈드스멜 2024. 12. 3. 10:30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현상으로 지난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리던 첫눈이 역대 11월 관측 사상 117년 만의 폭설로 기록이 되었다.

눈은 거의 전국적으로 내렸고 새벽부터 내리던 눈으로 출·퇴근길이 엉망이 되었다.

영하 1~2도 정도의 기온에서 꾸준히 내리던 눈은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지역별로 크고 작은 사고를 야기하였다.

아름드리나무를 비롯, 전신주가 쓰러지고 도로에서는 53중 연쇄 충돌사고가 나는 등

전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나 다름 아니었다.

 

사흘간 지속되던 눈이 그치기 시작했지만 도로나 골목에는 손도 대지 못한 눈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주말을 맞아서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보았다.

차가 통행하는 도로와는 달리 인도는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걷는 걸음마다

눈의 무게를 실감해야 했다.

 

 

11월 30일 토요일이었다.

도심공원이어서 공원까지는 이면도로를 지나고 공원입구의 흙길을 통과해야 했다.

오래간만에 파란 하늘과 흰구름으로 가슴이 상쾌해진다.

하지만 길은 질퍽거리고 발이 눈에 푹푹 빠진다.

얼마 전에 보았던 공원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자연.

만추의 가을 풍경과 상반되는 11월의 폭설이 함께하는 이타적인 경관에 계절의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다.

 

 

공원에 내려앉은 하얀 눈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끽하며 걷던 중

공원의 안쪽 산책길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자연의 처참한 장면이었다.

나의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믿기지 않았던 것은 비교적 오래된 나무들이 산책하는 내내

부러지고 꺾어져서 길을 막고 있었다.

한두 그루도 아닌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통째로 쓰러지고 무참하게 꺾여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활엽수가 아닌 침엽수의 나무들이 두꺼운 눈의 무게를 버티다 못해 부러진 흔적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의 특성상 바늘 같은 잎이 눈을 온전히 붙들고 있어서 

가지가 옆으로 퍼진 나무들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하겠는가.

자연의 위력 앞에서 또 다른 자연이 멸하고 이렇게 해마다 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다면 지구인의 지속가능한 삶은 새로운 도전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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