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이란 말만 들어도 몸이 배배 꼬이고
입안에 침이 고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말랑거리던 몸은 점점 굳어져 갔다.
왕성하던 침샘의 기능도 신통치 않은 나이가 되었다.
몸 전체가 잘 익은 홍시처럼 후끈 달아오르던 세월은
삽시간에 흩어졌다.
바야흐로 다가오는 떫은 감의 세월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다.
허벅지 언저리에 상시적으로 엔돌핀을 만들어 내던
에로티시즘은 이제 없다.
뜨거운 가슴이 떠난 자리를 차가운 머리가 대신하는
이성적 에로티시즘이 남아 있을 뿐이다.
출처 _ 최석준 저 '어떤 건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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