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섬

지심도에서의 둘째날

윈드스멜 2008. 3. 7. 21:57

지심도에서의 둘째 날, 아침 해가 밝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삼월의 첫째 날 삼일절이다.

집을 떠나온지 이틀, 무리한 일정에 무거운 배낭으로

전날 많이 피곤했음에도 숙면을 취하진 못했다.

지난 밤, 잠이 들기 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출을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방안으로 햇빛이 길게 들어오는 이른 아침을 맞았다.

어제 오후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한차례 비가 내리는 음습한 날씨여서

오늘 아침 일출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예상외로 날씨가 청명하여 외출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일단 머리 맡에 남겨 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오전에 반대편 해를 이용, 섬 전체를 다시한번 촬영해 보리라 마음먹고

삼각대와 유무선 릴리즈, 그리고  바디에 28mm 점팔이 단랜즈를 물렸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밝고 화사하게 찍어보기 위해 활주로에 올랐다.

이미 해가 수면 위에서 한뼘 정도 떠 있었으나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올렸다.

그리고 릴리즈를 연결한 뒤 셔터 대신에 릴리즈의 버튼을 누른다.

아무 생각이 없다.

이 순간, 이 섬에 혼자 남겨진 느낌

지금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섬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번 이 섬을 찾는다면 텅빈 마음과 비어있는 배낭인채로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공허한 가슴 속에 지심도의 숨소리와 동백의 열정을 가득 담아

현실세계로 돌아 갈 것이다.

 

 

 

 

 

 

 

 

 

 

 

 

 

 

 

 

 

 

 

 

 

 

 

 

 

 

 

 

 

 

 

민박집에서의 늦은 아침식사를....

선착장에 10시 50분 배가 도착했다.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한걸음 한걸음 지심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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