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미덕은 아마도 '비둘기'의 퇴장(2001년 11월)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손님이 있어도 멈춰 서고, 역무원 하나 없어도
정거장 푯말이 있는 곳이면 쉬어 가던 비둘기,
어디로 갔을까요.
높은 하늘로 비상하기보다는 낮은 곳에서 사람들과
친구 노릇을 즐기던 그 비둘기 떼는, 일등의 자리를
마다하고 삼등열차로 내려앉아서 민초들과 고락을
함께하던 그 사랑과 평화의 사도들은!
아무려나,이제 그 비둘기를 추억하는 일은 마치
저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읽는 것처럼
쓸쓸한 일만 같습니다.
독수리처럼 날렵하지도 못하고, 공작새처럼 화려하지도
못한 비둘기를 생각하는 일은 결국 속도에 관한 성찰이 됩니다.
그 성찰은 '과속'과 '질주'가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놓쳐 버리게 하는가를 살필 수 있게 합니다.
윤준호 '20세기 브랜드에 관한 명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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