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가는 길은 결국 간판의 길이다.
나를 보는 것은 사람이거나 건물이 아니라,
밀리거나 달려가는 차량들이 아니라
두 눈을 부릅뜬 혹은 가늘게 흘겨보는 간판들이다.
간판을 보지 못하는 날이 죽는 날일 것이다.
간판.
나는 간판에게 관심이 없지만,
간판은 나에게 관심이 지독하다.
정말이지 간판은 나/인간에게 관심이 많다.
소비하라,
아니 나를 기억하라.
무의식 속에 깊숙히 저장하라.
아니다.
그저 보아 달라고 짐짓 무관심한 체한다.
'간판'은 사람의 눈에 얼핏 스치는 것만으로도
그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간판을 이기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강자는 간판과 그 주인이고 나는 약자/소비자일 뿐이다.
이문재_ 간판의 애무,간판의 유혹,간판의 범행 중에서
728x90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은 (0) | 2012.12.17 |
---|---|
[스크랩]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루트레인-초호화 열차 블루트레인 (0) | 2012.11.21 |
아파트 (0) | 2012.10.10 |
다시 가는 여행 (0) | 2012.06.05 |
비울수록 줄어드는 번뇌_절밥 (0) | 2012.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