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간판

윈드스멜 2012. 10. 10. 13:20

내가 걸어가는 길은 결국 간판의 길이다.

나를 보는 것은 사람이거나 건물이 아니라,

밀리거나 달려가는 차량들이 아니라

두 눈을 부릅뜬 혹은 가늘게 흘겨보는 간판들이다.

간판을 보지 못하는 날이 죽는 날일 것이다.

간판.

나는 간판에게 관심이 없지만,

간판은 나에게 관심이 지독하다.

정말이지 간판은 나/인간에게 관심이 많다.

소비하라,

아니 나를 기억하라.

무의식 속에 깊숙히 저장하라.

아니다.

그저 보아 달라고 짐짓 무관심한 체한다.

'간판'은 사람의 눈에 얼핏 스치는 것만으로도

그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간판을 이기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강자는 간판과 그 주인이고 나는 약자/소비자일 뿐이다.

 

이문재_ 간판의 애무,간판의 유혹,간판의 범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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