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지심도에서의 첫째날
배는 장승포를 출발하여 약 20분 후에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평일이지만 섬 주민과 낚시꾼, 일반 관광객이 섞여서 약 40명이 승선한 듯 하였다.
생각보다는 많은 인원이지만 대부분이 당일 일정으로 섬에 들어가는 사람인듯...
배에서 내리자 민박집 아주머니가 사 온 물건을 옮겨 실어야 하니 먼저 올라가라 한다.
하선한 관광객들의 꼬리를 따라 맨 뒤에서 섬의 시작 부분부터 천천히 감상하며 오르기 시작하였다.
역시나 인터넷에서 확인한 그대로 시멘트 포장으로 잘 조성된 선착장 부터
편평하게 다져 진 진입로와 중간중간의 오솔길도 오랜 세월에 걸쳐 주민들의
손에 의해 아주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런데 오르면 오를수록 한 줄기의 햇살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온갖 수목으로
조성된 숲의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계절을 뒤집어 놓은 듯, 딴 세상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 아닌가.
군데 군데 10여 가구가 된다는 민가가 민박집의 형식으로 오솔길 이곳저곳에서
갈지자를 그리며 나지막히 자리를 잡고 있고...
그러고 보니 내가 여장을 풀어야 할 민박집의 간판이 아직 보이 질 않는다.
사실, 촬영장비를 포함한 배낭이 너무 부담이 되어 서둘러 민박집에 들어 가고 싶었으나
벌써 아기자기한 섬의 정취에 몰입되어 가고 있는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민박집에 도착할 즈음 자그마한 폐교 하나가 보여서 무심코 운동장에 들어서니
작은 교사 한동과 아담한 교정, 그리고 몇그루의 동백나무들...
10여년 전에 폐교되었다 하니 현재의 모습에서 그 만큼의 세월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공부한 그 당시의 초등학생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아마, 시나 소설을 쓰는 문인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진 않을까?
어느덧 배에서 내린지도 30여분이 흘렀구나.
주인 아주머니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 전망 좋은 집 "
바로 여기가 내가 쉬어야 할 장소이다.
역시 전망이 좋은 집이다.
주인이 날 보고 환하게 웃는다.
아닌게 아니라 짠뜩 기다린 눈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늑한 방.
창문 밖으로 동백과 푸른 바다가 날 기다리고 있다.
좀 쉬고 싶지만 일몰 이전에 섬을 대충이라도 파악하고자
다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민박집에서 조금을 더 오르니 활주로가 있다.
아! 가슴이 탁 트인다.
천혜의 자연휴양림, 지심도에서 호연지기를 느낄줄이야
해안일주로를 따라 동쪽 끝, 해안선전망대 까지
그리고 다시 섬 아래쪽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 끝, 마끝까지
약 2시간 가량을 돌아보곤 숙소로 돌아와 섬에서의 첫번째 식사를...
해물된장국에 섬에서 캔 나물과 바다에서 채취한 돛나물 무침으로
허기 진 뱃속을 달랬다.
그 사이에 따스해진 방바닥,
갑자기 밀려드는 피로감, 자연의 숨소리를 안고 잠이 든다
지심도 선착장, 건너편에 거제도가 보인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지심도 오르는 진입로
10여년 전에 폐교 되었다는 일원초교 지심분교 입구
폐교 운동장의 동백나무
동백나무 아래엔 잡풀이 무성하다.
하루를 묵게 된 민박집 방 안에서
오래 전에 총탄에 뚤린 구멍인 듯 하고
일본군 주둔하던 당시의 포진지
포진지 근처의 터널 겸 창고
내려다 본 민박집
지심도 민박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집이다.
활주로-
활주로라고 하기에는 옹색하고 헬기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해안선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지심도 해안선
해안선전망대에 마련되어 있는 세련된 전망데크와 벤취 그리고 거칠 것 없는 시야
전망대의 바위 틈에서 거친 해풍을 견디며 자라는 나무
지심도 해안가는 해식절벽이 특징
해식애라고도 하는데 파도와 조류등의 침식으로
깍여 형성된 절벽을 말한다.
이런 숲이 마치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해안선전망대의 반대편에 마끝이라는 해안절벽.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던 곳이다.
비를 맞으며 민박집에 돌아와 약한 일몰을 촬영했다.
허기 진 뱃속을 채워 준 저녁,
조촐하지만 맛있게 먹었다.